일본 사람들이 쓴 책을 연이어 읽고 있다. 저성장 시대,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을 결국 우리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교관의 쓴소리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불린다는 저자의 책의 앞에 수록된 추천의 글이 인상깊었는데, 하나는 한겨레신문 기자였고, 다른 하나는 조선일보 기자였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중앙일보 계열의 중앙Books. 책의 내용 중 저자가 한국의 ‘공기’를 언급하며 ‘정론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에서 비로소 이 기자들이 저자의 지인이자 높이 평가하는 정론가들임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전에는 일본이 한국인의 아픈 마음과 상처를 몰랐다면,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더해 본인이 중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작 중국보다도 한국인들이 동북아 관계에 대한 이해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치
저자는 1965년의 한일조약을 애둘러 언급하며, 한국이 스토리와 역사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 정서(공기)‘에 의존하며 정작 미래를 열어갈 ‘정론’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느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닌 책임있는 자리에 있음에도 여전히 예전의 상한 마음에 잠겨 주변국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본문 속에는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또 학습한 여러 사실들이 더해져 있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이 21세기 들어 정작 우리나라에는 마음을 닫게 됐다는 이야기도 ‘학창시절 날 무지하게 괴롭혔던 친구’를 아직도 미워해야 하는 우리 현실도 돌아보게 됐다.
일본의 이야기
‘흠.. 그래, 우리도 일본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는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 즈음. 애석하게도(?) 책의 본문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을 더 잘 이해하는 중국의 이야기로 넘어가 다시 그러니 더 잘 이해해야한다..는 이야기로 마친다. 곧 이 책에는 건전한 비판은 있지만, 정작 그래서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일본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적어도 내게는 보이지 않았다.
외교관인 저자의 위치로 인해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입장을 밝혀놨음에도 나의 이해가 부족한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저자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한 일본의 구체적인 마음을 다음 책에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책 속의 몇몇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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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는 거대한 기구나 법 제도 안에 다양한 이해 대립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반 국민뿐 아니라 국가나 대기업의 리더도 이런 시스템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시스템에 맡길 수 없는 뚝심 있는 ‘정론’이 등장할 국면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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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단시간의 고도성장으로 자신감이 생긴 것은 좋지만, 이것이 지나친 나머지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객관적 시각이 쇠퇴했다. 일본을 ‘잡았다’는 주관이 자리 잡았고, 내친김에 ‘일본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조차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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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식인인 라이샤워 전 주일대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1960년대까지) 일본인은 미국에 대해, 제국주의니 하면서 심한 말들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은 일본이 작고 약한 나라여서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중략) 일본인이 일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떠는 것에 익숙했다는 예증입니다. 이제는 그런 것이 바깥 세상에도 알려져 뜻 밖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 저자의 “한국의 성장과 한일관계 변화” 이야기 중 예전 일본의 사례를 인용한 대목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