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11 월 16 일 (금) 새벽 - 날씨가 조금 풀렸네요. ‘조금’ 풀렸다고, ‘많이’ 풀어지면.. 큰일 나는거 아시죠? ^^

학원 강의를 시작하다보면 늘 드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다. 가령 내가 아직 잘 모르는 지식을 물어온다던가, 아니면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 난 ‘이렇게 전하는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곤 했다.

오늘. 새벽 강의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최종 시험을 보신 12 명의 직장인 분들은 오늘 단체 결석을 하셨다. - 덕분에 난 이렇게 오랜만에 내 홈페이지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매일 반복되는 2 시간의 새벽 강의가 듣는 이들에게나 전하는 이들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나보다.

얼마전 접한 뉴스는 그 자체로 ‘절망감’ 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 회사에서 250 여명의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데, 무려 25,000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그 들중 3,000 명은 TOEIC 점수가 900 점 이상이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회사 일반 공채임에도 Ph. D 학위 소지자가 200 명이 넘었다는 것.

인사 담당자는 “회사로서는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기회이지만, 어떻게 선발 기준을 세워야 할지가 고민인.. 아이러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정부기관에서는 20 명을 선발할 예정으로 입사 공고를 냈는데, 2000 명이 넘는 지원자와 300 여명의 공인회계사(CPA), 미국공인회계사(AICPA) 가 몰렸다고 했다.

‘도데체…’

애석하게도, 내가 갖고 있는 세상의 지식은 아직 경쟁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국제 자격증의 취득과, 학원에서의 ‘지식 전달’ 은, 함께 뛰는 다른 또래의 사람들보다 한 계단 아래에 놓여 있는 듯한 기분이다. (너무 자기 비판에만 빠져있는건지…)

자, 이제 대안을 찾아야지, 이대로 부딪히다가는 모두가 쓰러지는 모습이 될 것 같다. Ph. D. 이상의 학위가 생길지도 모르고, 전국 수험자 중 1% 이내에 드는 토익 900 점은 일단 ‘기본’ 이 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큰 흐름에 스스로를 내어 던지기 보다, 확실한 ‘믿음’ 을 키워보는건 어떨까?

“꽃들에게 희망을”. 고등학생 때 접한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었는데, 무엇인가를 향해 오르는 애벌레들의 거대한 기둥들이 나온다. 끊임없이, 그리고 이유없이. 결국 아름다운 자연과 진정한 자기 역할은 오랜 준비와 기다림 속에서 믿음을 갖고 내일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상한 실로 둘러쌓인 번데기 속에서 아름다운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올라 옛 친구를 다시 만나고, 세상의 여러 꽃들에게 자기의 역할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불현듯 ‘어른을 위한 동화’ 한 편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처한 상황을 핑계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