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 굿 윌 헌팅
(博士の愛した數式 + Good Will Hunting)

극장에 갈 일이 줄어서인지 몰라도 PC로 예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 졌다. 한 검색 엔진에서 네티즌들의 평점을 바탕으로 매겨진 모든 영화의 순위 속에 못 본 영화 찾기.

10위권 안에 드는 대다수의 영화가 일상의 탈출과 이를 위한 보이지 않는 가치 ㅡ 끊임없는 준비, 사랑에 대한 희망 ㅡ 를 다룬 것이었음은 많은 공감을 전해줬다. 늘 확고한 선두권을 유지하는 쇼생크탈출, 인생은 아름다워,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쇼 등은 맥락을 같이하고 있었다.

천재 영화

같은 순위 속에 발견한 보지 못한 영화 두 편. 지난 번 테마 ‘펭귄^^‘에 이어 이번엔 ‘천재’ 이야기를 골랐다. 왜 천재들은 이토록 불행한 환경 속에 있어야 하는걸까. ㅡ 그래서 반대로 나는 천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내 딴에는 충분히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

굿 윌 헌팅과 박사가 사랑한 수식, 천재 영화 두 편에 흐르는 공통된 가치는 결국 경험과 기억의 문제였다. 간접 지식이 많고 이를 취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윌에게 아내에 관한 모욕을 당한 숀 교수는 다음 날 자기 감정을 풀어낼 수 있었던 연결고리로 천재 소년의 경험 부족을 이야기한다. 지식이 많고 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얘기할 수 있어도 결국 그 안에 ‘자신[我+自信]‘은 없다는 것.


기억, 그리고 지혜

박사가 사랑한 수식 속에 등장하는 수학 천재 박사에게 2 시간은 곧 그가 기억할 수 있는 전부였다. 사고를 당하기 전 기억이 늘 2 시간 전의 최근 이야기로 남겨진 이에게 일상의 변화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그의 어색한 하루 속에 더해진 늘 새로운 아이 루트. 박사는 비록 정지된 상태로 남겨졌지만 그의 풍부한 인덕과 경험의 지혜를 루트와 공유한다.

그저 듣기에만 급급할 것 같은 보통사람 숀 맥과이어 교수와 치매 노인처럼 보이는 천재 박사 가 전해 준 멘토링 속에는 좋은 경험이 많이 담겨 있다. 특별히 숀 교수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박사님이 말한 “세상”의 비밀은 영화 뒤에도 잔잔히 남겨진 좋은 대사였다.


영혼의 친구, Soulmate


Soulmate 가 있냐는 질문 앞에 천재 소년 윌 헌트는 옛 학자들과 자기 친구를 말했지만 결국 영혼을 나눌 수 있는 실존 대상의 부재에 고민한다.

세상의 지식과 천재적 이성이라는 큰 자산도 결국 사랑이라는 촉매제 없이는 세상을 향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 서른 살 내 안에도 이러한 ‘덤빔’ 속에 사랑과 경험의 자산이 없음을 인정하며 모처럼 따뜻한 월요일을 기대해 본다.

- 終 -


<덧붙임>
앞에서 말한 사랑에 대한 숀 교수의 대사.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타인을 네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 너도 완벽하진 않아. 기대를 망치게 되서 미안하지만 ... 네가 만났다던 그 여자 애도 완벽하진 않고...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하는거야”

그리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한알의 모래에서 하나의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하나의 천국을 보고.. 손바닥에 무한을 실어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