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6 월 5 일 저녁 - 오존 경보까지 발령된 서울의 뿌연 하늘..
요즘 난 부대 안을 여기 저기 돌아다닌다. 그동안 부대에서 사용한 여러 시설들의 out-process 를 위해서인데, 생각보다 많은 곳을 다니며 서류 및 물품, 신원 조회를 받아야했다.
오늘 우리 부대에는 사뭇 대조적인 행사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현충일을 맞아 우리 나라를 위해 죽은 미군 용사들을 기념하며 위로하는 행사였고, 다른 하나는 최근 미군 부대로 인한 환경 오염의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과 적절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부대 앞과 안 뜰.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의 같은 시간에 열린 이 행사들을 보며 제대를 일 주일도 남기지 않은 지금,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다. 많은 수의 카투사 장병들은 솔직히 미군 부대에서의 근무로 인해 우호 관계 증진 외에도, ‘미군의 실상(?)’을 알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직 은연 중에 남아 있는 인종 차별과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지나친 개인 주의, 그리고 한국이라는 Host Country 와 그 안의 국민들을 가볍게 생각하는 그들의 오만함에는 반드시 올바른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 부대에 찾아와 같이 식사하는 이들은 종종 미군 부대 안에서 쓰레기 분리 수거가 되지 않음에 놀라고, 지나친 1 회용 식기 사용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은 여기서 발생된 쓰레기를 절대 자신의 국가로 가져가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앞선 그들의 기술력과 군사력이 우리나라의 국방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안에서는 그들조차 상상할 수 없는 잘못을 그들은 한국에서 너무도 떳떳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상반된 두 가지 행사는 모두 의미가 있다. 오늘 나는 현충일 기념 행사를 통해, 일찍이 우리 나라의 자유를 위해 젊은 피를 흘렸던 미군 선배들을 잊지 않고자 한다. 또한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 보상 시위를 멀리서 지켜보며 이들의 한국 주둔이 반드시 미국 안에서의 그것과 동일한 조건과 사고(思考)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위를 찬성하며 지지한다. 적어도 미국인들이 더이상 우리 나라에서 잘못된 일을 함부로 범하지 않도록, 우리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임을 강력히 전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 난 잠시 뿌연 서울 하늘을 뒤로하고 경기도 양평으로 떠나려 한다. 성가대 사람들과의 MT 를 위해서지만, 내겐 이 모임 외에도 잠시 동안의 산책과 휴식이 필요하다.
미군 부대를 떠나는 날, 6 일 전에…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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