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공간을 정리하시겠습니까?"
친절한 질문은 이렇게 시작됐다.
'흠.. 한 번 정리할 때가 됐구나'
더하기
그러고 보니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부터 지금까지 외장 메모리카드를 정리해 본 기억이 없던 것 같았다. 그냥 찍고 녹화하고 더하기만 했을 뿐. 계속 더해지다 보니 어느새 128 GB라는 용량이 가득 채워졌다.
오랜만에 외장 메모리 카드를 꺼내 PC에 꽂고 혹시 사진 아닌 다른 내용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다른 유틸리티들을 돌려본다. 역시.. 가장 큰 코끼리는 몇 년 째 하나의 폴더에서 그 덩치를 키워갔고 급기야 루트 폴더를 비롯한 다른 모든 폴더들이 무의미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빼기
유료화를 선언했지만 앞서 백업되어 있던 구글 포토에서 몇 개의 샘플을 찾아 사진들이 잘 저장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내심 아쉬운 마음에 용량이 충분한 다른 계정 클라우드에 원본을 업로드 해 놓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열일 했을 기대로 PC를 확인해 보니 얘도 주인 따라 잠들어 있었고^^.
그래도 이미 저장될 사진은 모두 옮겨졌으리라는 생각에 일단 가장 지난 2018년의 사진들을 모두 선택해 지우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서야 다시 일어난 PC는 삭제 대상 파일들을 추려내느라 생각에 잠기고.. 그동안 난 다시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들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살펴봤다.
삭제하기
"삭제하시겠습니까?" 글쎄. 지울 수 있는 내 기억이 있을까. 모든 것이 더해지고 이미 남을 것들은 마음 속에 남았을텐데. 아쉬움 반 자신 반으로 "예" 버튼을 클릭하자 수많은 파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내가 다 기억하는게 아니라 사진을 통해 생각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취소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이미 수 개월 분의 사진들은 사라졌고 어젯밤 업로드 도중 잠들었던 PC도 아침에는 한 번 능력 발휘 해보겠다며 삭제의 속도를 높이는 찰나. 애둘러 '그래, 앞으로 또 새로운 사진을 많이 담으면 되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렇게 삭제는 끝났다. 128기가를 수 만개의 사진들로 가득 채우고 수시로 백업하고 마지막으로 클라우드에 다시 얹고. 그렇게 많은 사진들을 언제 다시 열어볼지도 모르는데 새로 생긴 빈 공간 만큼 마음 한 켠에는 미련이 남았다. 이렇게 나이가 드나보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