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상에 솔직히 연도 숫자가 커져 가는 것은 2000년 이후에 별 다른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새 뱀의 해가 됐다. 서른 여섯. 12년의 띠 동갑이 세 바퀴를 돌았다.
“네”
연말을 앞두고 이태리로 향했다. 혼자서 쓸쓸히 떠난 여행이지만 먹을 것들을 든든히 챙기고 오가며 들을 말씀과 음악들을 메모리카드에 가득 담고, 오스트리아를 지나 베네치아로, 다시 독일로 돌아와 근무를 하고 이번엔 스위스를 지나 피렌체와 로마로. 짧지 않은 여정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로마에서 뜻 밖에 Catacombe를 방문하게 됐다. 일찍이 처음 그리스도를 삶의 주님으로 영접하고, 극심한 탄압 가운데서도 묵묵히 자기의 신앙을 지켜갔던 이들이 찾았던 지하 공간, 카타콤베. 피렌체의 아름다움보다도 로마의 찬란했던 유적들보다도 지하 동굴 속의 어둠 속에 남겨진 그들의 흔적들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부끄럽지만 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나의 교만이 또 한번 드러났던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예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세상의 가르침과 직장의 선배들에게 온전하게 “네”라고 대답하지 못했던, 그 뿐 아니라 세상의 뉴스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판단하고 나는 다를 수 있다고 자위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강인한 순종
로마 시내 외곽에 자리한 카타콤베는 이러한 나의 자아를 깊이 있게 돌아보게 해주었다. 안내해 주신 분이 잠시 불을 끄자 찾아 온 어둠 속에서, 세상의 권력 앞에서 용기 있게 순종한 신앙의 선배들의 강인함이 결국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지금 내게도 전해졌음을 돌아봤다. 다음 날 찾아간 바티칸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그 분들의 믿음과 순종은 찬란했다.
두 세상에서 승리자로 서기 위해 올 한 해 나의 비전을 “순종”으로 삼았다. 때로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나와 다른 모습들 앞에 “네”라고 고백할 때 삶의 지경이 넓혀지고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에서 주님의 향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 그 분의 말씀을 더욱 찾아 보고 기도하는 개인 지성소의 시간을 넓혀가야 함은 물론이다.
기쁨
요즘에는 특히 더 순종의 기쁨이 많이 잊혀진 것 같다. 자유분방한 의견들로 채워진 가상의 공간들은 서로의 연약함을 감싸주기 보다 강인함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Fellowship의 가치와 충성된 종의 역할이 리더십을 논하기 앞서 내 자신에게 자리하길 소망하고, 이를 위해 머리의 생각보다 앞선 말과 행동의 순종을 훈련해 가는 한 해로 삼아가겠다. 이름 없는 이들의 연약한 순종이 결국 강인한 진리와 충만한 기쁨을 더해줬음을 믿으며 그 반석 위에 오늘도 무릎 꿇는 삶이 되길 기도한다.
2013년,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