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처음에는 피부에서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 미끄러운 유분인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닦으면서 보니 웬걸. 자주 눌리는 'ㅇ'에 해당하는 자판은 어느새 표식이 살짝 닳아 보이지 않고 아래 쪽 스페이스바도 한 쪽이 빛나고 있었다.

나무 줄기
지난 봄 잘 알지도 못하고 오른 관악산 북쪽 능선은 돌바위로 가득했는데, 거의 절벽 같은 곳을 오르다 나도 모르게 잡았던 소나무 줄기의 부드러움에 순간 놀란 적이 있었다. 그곳을 오르던 많은 이들의 손을 잡아 준 그리 굵지 않은 소나무 줄기는 비록 닳고 휘었지만 햇빛 아래 맑은 윤기를 내고 있었다.
회사 주변 산책길 나무들에게도 사람들 손이 더해지는데, 올 해 자라난 줄기들이 이곳 저곳을 향할 때면 어느 순간 가지치기가 진행된다. 나무들에게는 힘든 일이겠지만, 그렇게 정돈된 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고 머리 위 파란 하늘을 바라 볼 수 있기에 나무들의 아픈 성장이 고마울 따름이다.
외부 자극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은 스스로는 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내가 만든 상처가 아니지만 더해진 외부 자극에 자신을 맞춰 다듬어 가는 것. 때로는 쉽지 않고 기분 또한 편치 않지만, 그렇게 다가온 일이 나 자신을 다시 보게 하고 잊고 있던 질서를 찾아가게 한다.
잘려 나간 자리에 새로운 껍질이 생기고, 반복된 자극을 받은 곳에 빛이 나는 것은 아팠던 상처 위에 놓인 흔적들이다. 과거의 흔적들이 어느새 지금의 일부가 되어 내 모습 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에 오늘 나는 감사할 수 있을까.
시험과 성장
올해 처음 파견된 새로운 부서에서, Covid-19 라는 전에 없던 친구를 만나 최근까지 더해진 여러 변화들을 한 번에 겪은 시간. 비록 낯선 경험이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지나고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해질 새로운 일들도 변함없는 주님의 섭리 가운데 있음을 믿고 의지하며 기쁘게 감당해 보자는 생각을 더해 본다. 지금도 왼손 밑에서 빛나는 'ㅇ' 자판과 불안했던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준 나무 줄기처럼, 하나님 사랑으로 연단된/될 내 모습이 변함없는 믿음으로 쓰임받길 기도한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