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12 월 20 일 (토) 늦은 밤 - 무척 춥다.. 그래도 하늘은 맑다.
요즘에는 주말마다 낮잠을 잔다. 뭐.. 한 두시간 자는 것은 좋은데, 저녁에 잠이 안오니 큰일이다. 평소에 하루 5 시간 남짓 자다 ‘때아닌 낮잠’ 을 더하니, 생체 리듬이 적응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오늘 일찍 일어났냐 하면.. 새벽에 일어나 겨울 바다를 보고 오자던 교회 대학부 졸업여행 계획은 내게 없던 일이 됐다.
자고 일어난 머리 그대로 오랜만에 동네 미용실에 갔다. 뭐.. 일어나자마자 간 것은 아니지만.. TV 를 보고, 집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동안 회사 근처에서만 머리를 다듬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간 동네 미용실.
“어서오세요.”
카운터를 지키는 매니저 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미용사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 말은 곧 이 곳이 그다지 ‘비싸지 않은’ 미용실임을 감지하게 한다. 뭐.. 좀 좋다고 하는 곳에 들어가면 주로 듣게 되는 말은 “어느 디자이너 분에게 하셨죠?” 던가, 학교도 아닌데 “아시는 선생님이 계세요?” 라는.. 말일텐데..
오늘 내 머리를 맡은 아가씨는 내가 앉기도 전부터 머리를 다듬고 정리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계속 말을 쉬지 않았다.
“모발 관리제품으로 뭘 쓰세요?” ”…”
“로션.. 그거 안좋은데.. 이렇게 먼지를 묻히고 다녀요, 로션은.” ”…”
“하하~ 저하고 똑같네요, 나쁜 것도 버리기 아까워서 계속 쓰게 되죠.” ”…”
“지금 나오는 노래 제목이 뭐였죠?” ”…”
“아시는 걸로 보아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이신 것 같군요~” ”…”
“학생이죠?” ”…”
“어머,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신입사원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봐요, 모발이 많이 상했네요.” ”…”
스트레스라.. 그러고 보니 이제 갓 1 년된 내 일상에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 또한 내겐 문제가 되지 않던 상황이 다른 일과 사람들에게 문제가 될 때..
평소보다 머리를 세심하게 손질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이번엔 매니저 아가씨의 한 마디. 요즘 이 가게.. 말이 많은 것으로 보아 장사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쩝.
“예전보다 얼굴에 살이 붙으신 것 같아요, 보기 좋네요.”
“아, 네..”
“카드 두고 다니세요?”
“아뇨, 미처 못 가져왔네요, 집에서 왔는데도..”
“그럼 스티커 보관하시구요, 기쁜 성탄과 복된 새 해 되세요.”
매니저 아가씨가 내 지갑에 친절하게 ‘스티커’를 꽂아줬다. 그래도 기쁜 성탄과 복된 새해 인사를 듣고 나니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년이 가기 전에 홈페이지를 바꾸기 위해 조금 전 까지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이런 된장! 작업을 마치고 우연히 찾아간 사이트의 디자인이 내 머리 속의 그것과 이렇게 흡사할 수가.. 흑흑.. 처음부터 다시 할까.. 고민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어흠!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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