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12 월 14 일 (주일) 밤 - 여전히 쌀쌀.. ‘하늘 좀 보고 살라’는 목사님 말씀.

민석이를 만났다. 내 친구 중에 가장 잘 생겼고, 키도 크고 성격도 무지 좋은 녀석. 어떻게든 교회에 데려가려는 나의 집요한 ‘고구마 전도법(찔러보는 것..)’ 에도 늘 좋은 성격 그대로 날 이해해주는 녀석. 체격도 좋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녀석.

그렇게 멋진 친구를 수 개월 만에야 다시 만났다.

“이야~ 오랜만인데~”
“잘 지냈나?”

교회를 마치고 서둘러 명동으로 간 시간이 오후 5 시. 매 주일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예배를 드리는 규칙을 어기고 가족들의 양해를 받아 마련한 소중한 자리였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을지로 입구 Coffee Bean & Tea Leaf 에서 무려 4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 이런 ‘수다쟁이’들..) 하긴, 매일 같이 하던 학교 친구를 직장 생활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한 것이 벌써 몇 달이니.. 한 달을 한 시간으로 셈해도 4 시간은 부족한 것이었다.

수 년간 교제해 온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이야기며, 최근 힘들어진 취직과 진로 결정 앞에서 해야 할 고민이며, 집안의 어른들 이야기까지.. 해 줄 수 있는게 전혀 없는 내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친구의 모습과 그 고민이 사실 나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랄까.

그래도 친구보다 직장생활 겨우 1년 남짓 했다고,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았는데, 이 녀석이 ‘고맙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좀 머쓱해졌다.. (사실 민석이는.. 나보다 머리도 좋구, 잘 생겼구, 키도 크고, 공부도 물론 잘하고, 성실하고.. 교회만 다니면 정말 더 좋을텐데..)

밤 10시가 다 되서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우리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에궁.. 바쁜 척 해서 미안.. 내년 맞이하며 한 번 봐야지!”

말을 많이 해서 인지, 피곤함에 쓰러져 어떻게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그래도 이렇게 같이 할 친구가 있다니, 참 좋다~ 이래서 우정이 사랑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쩝.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