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7일 (월) 자정을 넘어 - 어젯 밤부터 내린 봄 비.

오랜만에 부대에서 늦잠을 잤다. 아침 8시.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여러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내 우리 부대원들은 서로 내게 자리를 양보하느라 난리다. 괜찮다는 나에게 자리를 내주고서도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내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마도 처음 부대에서 맞이하는 축제가 퍽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카투사 위크. “카투사 인식 주간”으로 불렸던 이 행사는 올 해부터 KATUSA/U.S. Soliders’ Friendship Week 라는 정식 명칭으로 바뀌었다. 아직 편의상 카투사 위크라고 불리는 이 행사를 난 벌써 세 번째 맞이한다. 한 번은 훈련소에서, 작년 이 맘 때와 지금은 이 곳 용산 자대에서.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가득하다. 비를 맞는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빗 방울은 어느새 내 옷을 적셨고, 부대별 체육 대회 행사로 열린 이날 프로그램은 줄다리기와 씨름 대회로 어느새 분위기가 절정에 달해 있었다.

씨름 대회 도중 이 날 점심 식사에 초대되신 할머니와 부모님을 모시러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내 룸메이트는 이 경기를 내가 보지 못했다며 조금 전까지 그 “무용담”을 이야기 하느라 난리였다. 가장 키 큰 사람을 뒤로 넘겨 던진 이야기며, 작은 사람을 봐 주려 했는데 본의 아니게 옆으로 날려 버린(?) 이야기며.. 아무튼.. (영어로 들은 표현을 한글로 옮기기가 어색하지만..) 이번 씨름 대회의 우승은 터프한 내 룸메이트가 거머쥐었다. (^^)

그리고 할머니와 부모님께서는 지난 추석 때 할머니 댁으로 초청한 미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여단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비록 작은 상장 하나와 코인(메달) 이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상을 받으시는 할머니와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

떠나시는 부모님과 할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다. 아직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실은 오늘 밤 행사는 카니발이었다. 여자 친구를 데려오는.. 작년에는 여자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를 데려온 후임병들의 음식을 날라준 아픈 기억이 있고.. 올 해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이렇게 방에 들어와 있다.

축제… 무엇인가 빈 자리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