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9 월 10 일 (수) 밤 - 개인 날씨, 내일은 또다시 비온대요.

우리집은 아파트다. 더군다나 1 층. 13층에 살다 이사와서 바쁜 아침에 엘레베이터 기다리지 않아 좋고, 집 앞에 우리 집 땅도 아닌데 거저 주어진 텃밭 생겨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어려움도 많다. 거실 Vertical Blind 를 쳐 놓지 않으면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호기심인지.. 자연스러움인지.. 집 안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 해가 뜬 아침 낮에야 반사가 되서 안에서 바깥만 보이지만 밤에는 정반대. 생각해 보시라. 난 밖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데 바깥 사람은 안을 훤히~ 그것도 민감한(?) 밤 시간에.

아파트에도 이웃은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이웃인게.. 윗 집이다. 그러니깐 내 방 천정 위에 또 다른 방이 있고, 얼마 전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방에는 대학교 3 학년 아가씨(?)가 사신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4-5 년 전. 이사온지 얼마 안 된 게으른 대학생에게 찾아온 여름 방학. 늦잠을 실컷 자고 싶은 내게 정말 강력한 방해요인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윗집 아가씨(그땐 몰랐었다)의 피아노 연주였다.

아들리네를 위한 발라드. 내가 초등학교 때 땡땡 거렸던 곡인데, 고등학생이었던 아가씨에게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뭐.. 매일 아침 반복되는 곡이니 그럴만도 하려니.. 했지만, 문제는 그녀의 실력. 사실.. 피아노를 쳐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독 틀리는 Point 가 하나 있다. 잘 연주 하다가도 어느 대목에 오면 띵~ 소리와 함께 연주가 쉬었다 가는 그런 부분..

그녀는 늘 같은 부분에서 연주가 멈췄다. 생각해 보자. 어느 대학생이 방학 맞이 늦잠을 자는데 이른 아침 일정한 시간에 아들리네를 위한 발라드가 연주되기 시작한다. 아.. 이넘의 게으른 대학생 눈을 움켜쥐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 뒹군다. 그 와중에도 연주는 계속되는데.. 대학생 아침 잠 속에서 생각한다. ‘바로 여기..!!’

그랬다. 역시.. 이번에도 ‘바로 여기’ 에서 곡의 연주가 틀렸다. 분명 어제도, 그제도, 그저께도 그랬는데.. 으.. 그리고 계속되는 연주아닌 ‘연습’.

요즘 윗집 아가씨의 또다른 화두는 휴대 전화. 우리 아파트가 엉망이어서인지, 아가씨의 휴대 전화가 엄청나서인지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릴 때면 내 방 어딘가도 같이 울린다. 더 가관인 것은 그녀의 핸드폰이 책상위에서 진동을 떨다 자기 힘에 못이겨 바닥에 떨어져 계속 떨 때인데, 이러면 내 방 천정에 달린 형광등까지 같이 울린다.

‘아.. 전화 좀 받아라.. 집에 있을 때는 소리로 좀 해놓든가’

마지막 이야기. 바로 어제(!) 발견한 것인데, 그녀는 Juliet 이었다. 왜냐하면 밤마다 찾아오는 그녀의 Romeo 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난 그 소년(?)이 다른 여타 학생들처럼 부모님/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기 위해 아파트 단지 구석인 내 방 앞 화단에 숨어서 담배를 피는 줄 알았다.

헉.. 바로 어제. 이번에도 밤 늦게 담배 연기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얼른 창문을 닫으려는데..

“자기야, 사랑해.”
(자슥.. 담배 피며 전화하는 중이군..)
“나두 사랑해, 자기야”
(헉.. 뭐야? 커플이 같이 와서 담배 피나?)
“아.. 가기 싫은데 어떡하지? 휴우~”
(헉.. 담배 연기.. 그런데 여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딨어?)
“내가 내려갈까..?”
(끄아~~~~~~~~~~~)

지금도 또 천정에서 진동이 울린다. 잠시 뒤면 난 또 담배 연기가 싫어 창문을 닫아야겠지. 양 쪽 팔에 샘솟는 닭살을 대패질 하며. 싫다~ 싫어~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