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다. ‘그렇지, 우리 말과 글에는 온도가 있구나.’

글쓰기가 조심스럽다

책을 읽고 난 뒤 보통 그 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일찍 독후감을 쓰려하는데, 이 책을 덮은 뒤에는 마음 한 곳에 ‘나의 언어’에 대한 생각을 더하게 됐다. ‘그동안 너무 쉽게 글을 적었던 것이 아닐까’, ‘쉽게 마음을 전하고, 솔직하다는 핑계로 실수를 덮으려 하지 않았을까’. 그토록 잔잔한 고민을 더하게 된 데에는 저자인 이기주 작가의 고민과 정제된 문장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기주 작가가 누구지? 어떻게 생긴 분일까’를 생각하게 됐지만 결국 아직도 찾아 보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간직한 소설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일종의 깨어짐과 고정된 편견이 자리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해도 언젠가는 찾거나 보게 되겠지만, 여튼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언어의 온도, 그 따뜻한 기운

어느샌가 ‘인스턴트 메세지’에 길들어진 요즘,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 정제되지 않은 글들과 사실을 통하지만 진실은 왜곡되는 보도들을 쉽게 보게 된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작은 화면으로 채우기 어려운 분량의 글들을 쉴 새 없이 넘기다 보니 읽었지만 잊어버리고, 여러번 적었지만 이미 날려 보낸 문자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항상 새로운 것, 모든 것을 연결하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래도 변치 않는 마음의 프로토콜, 언어. 어렵게 배워야 할 것들을 빠르고 쉽게 배우는 일에 익숙해진 요즘, 한 땀 한 땀 문장과 단어들을 끄집어 내는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의 따뜻한 언어에 마음 속 가득 후끈한 갈채를 보낸다. 또한 가능하면 책으로 읽어볼 것을 권하는데, 이는 읽는 이들을 충분히 배려한 책의 판형과 무게, 활자 편집에 또한 따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은 책 속의 몇몇 내용들.

  •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 이 역시 사랑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 그래서인지 우리가 “프로”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도 끝까지 해내는 경향이 있다. 그냥 끝까지 하는 게 아니다. 하기 싫은 업무를 맡아도 겉으로는 하기 싫은 티를 잘 내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마무리한다. (중략) 새삼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인지 모른다고.

  •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채 사는 건 아닌지.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