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앉아 책을 몇 장 넘기다가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경영서적을 읽으며, 그것도 이렇게 냉철한 내용이 뜨겁게 담긴 책을 보다 웃게 되다니. 간접적으로나마 일본을 알았다면, 적어도 일본전산을 알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날 것

익히지 않은 음식이 자주 등장하는 일본의 식문화가 주는 묘미랄까.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하고 살펴본 일본 전산에 대해, 특별히 그 회사의 CEO가 강조하는 철학과 여러 문구를 '있는 그대로' 적고 있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 자기 자리를 깨끗이 정리 정돈하고, 도저히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한 '빨리', 그리고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지난 오랜 시간의 불황에도 굳건히 살아남은 일본전산의 생명력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

앞서 읽었떤 '진짜 일하러 회사에 가라'가 줬던 이론적 주장이 현실의 사례로 다가온 느낌이랄까. 늘 추상적인 사실에만 급급해서 현실로 뛰어들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안되는 이유를 찾기에 익숙해진 일상이 제대로 자극을 받게 됐다.

너무나 엉뚱한, 어찌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일본전산의 경영철학과 사상이 "일에 대한 행동"으로 표현되어 있음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명분을 찾고, 바꾸지 않고, 시간을 찾는 일본적 관습에 통쾌한 탈출구를 찾아낸 사람들이 바로 이들인 것 같아 박수를 쳐주고 싶어지기도 했다.

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일본전산 직원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임할 때마다 사무실 곳곳에서 서로 모여 "할 수 있다!"를 크게 외친다는데^-^, 공교롭게도 책 읽기를 마칠 때 즈음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Yes, We Can!"이라는 구호가 언론의 화두에 올랐다.

할 수 있다는 구호가 어린 시절 체육선생님이 야단치시던 말씀에서 살아나 불황에도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나아가 세계 속에서 더 크게 반복되는 요즘이다.

다음은 책 속의 몇몇 내용들

우리회사는 학교 성적은 전혀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직원을 뽑는다. 그렇게 준비나 공부가 안 된 직원들을 뽑아놓으니, 사장인 나뿐 아니라 리더들 모두 직원들 가르치기에 바쁘다. 가르치려면 계속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눈팔 새가 없다.

일을 배우기 시작할 초창기에 남들보다 앞서가려면 무조건 남보다 '오래', 숙련될 때까지 '열심히'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정신 노동에서든 육체 노동에서든, 남들보다 시간을 두 배 들여 숙련된 사람을 이리저리 요령만  피우던 사람이 따라잡을 방도는 없다.

실적은 인재의 '수준'이 아니라 '사고의 패턴'에 의해 결정된다.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고 패턴과 안 되는 이유를 찾는 사고 패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판세는 갈린다.

워크숍을 하건 회의를 하건, 취할 것이 있고 버릴 것이 있다. 진정 버려야 할 것은 '안 된다'는 사고 패턴이다. 그리고 취해야 할 것은 '되는 방법을 찾아 전달하는 습관'이다.

직장은 '생산적이고도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곳'이다. 그것도 기존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결과를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사주어야 비로소 '일'이라는 의미가 성립된다. 생산재를 다루는 회사건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건, 모두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직원보다, 새로운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아 실패할 턱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것이 감점주의의 폐해다. 그리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런 평가 기준으로 의욕 넘치던 직원들을 박제로 만들어버린다.

나중에 전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더라도, 자기 실력은 이전 회사에 두고 가는 게 아니다. 어떤 직장인에게든 이보다 더 훌륭한 복리후생은 없다. 그런데도 돈 들여 교육시키는 회사에 불만을 표하고,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는커녕 어떻게든 빠져보려고 발버둥을 친다. 어불성설이다.

나는 약하니 주(主)에게 쥐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믿으면 그렇게 된다. 반면, '내가 어찌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주(主)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고 믿으면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나는 힘이 센 주(主)'라는 자만심도 '나는 어디까지나 종(從)'이라는 패배의식도, '변함없는 부동의 진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비결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특별할 것도 없다. 우리회사는 단지 위에서 말단까지 '정열, 열의, 집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뿐이다. 그것을 '할 때까지, 될 때까지' 계속하는 것뿐이다.

일본전산 이야기 - 8점
김성호 지음/쌤앤파커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