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년 2 월 17 일 (화) 밤 - 날씨?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었음.

밤 11시 30분. 오늘 내가 퇴근한 시간이다. 특별한 회식이나 아무런 행사없이. 저녁은 무슨 뉴요커라도 된 마냥 회사 앞 맥도날드에서 혼자 뚝딱 해치우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그동안 밀린 일을 처리했다.

지난 주 일본 출장에 이은 월요일 아버지 환갑 휴가. 일 주일만의 복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게 수많은 일감을 쏟아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자야하는데, 그래도 아직 정신이 있어 오늘 출장 보고서를 작성하며 느낀 일본에 대한 단상을 이 곳에 담아 두고자 한다. 특별히 내가 출장 다녀온 “에너지 환경”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화석 연료는 35 년후 고갈된다.

근데 이러한 충격적인 현실(!)에 대해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실은 35 년이라는 숫자도 현재까지의 에너지 사용 증가량 만을 고려한 것인데, 인류 최대의 에너지 소비 시장인 중국이 개방되면서 벌써부터 세계 원자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98 년 세계 10위권의 에너지 소비국이었던 중국은 5년만에 3위를 탈환했고, 이내 곧 부동의 1위에 오를 판이다. 중국 땅에 묻힌 석유 매장량은 벌써 고갈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에너지의 수입 의존도는 83%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현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OECD 보고서의 우리나라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무려 94%!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더욱 불안정한 이유는 이 중 중동 석유의 의존도가 86%. 중동으로부터 오는 석유와 가스 수입이 차단되면 곧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사라진다.

축구장 10 개 넓이의 유조선 하나가 한 달에 20 여차례 우리 나라에 들어온다. 현재 국가적으로 비축된 연료는 3 개월 분. 이나마 이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셈이다. 세계 에너지 소비량 규모로 7 위. 반도체와 IT, 자동차가 수출 전선을 전담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에너지 수입 없이는 빛좋은 개살구에 분명하다.

세계 3 차 대전의 예고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다. 이라크는 세계 석유 매장량 2 위의 산유국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 매장량만 세계 소비량의 7 년치에 해당한다.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은 자기 본토(알래스카와 남서부)에 있는 유전은 모조리 보존하고 있다. 미국의 현재 해외 에너지 의존도 76%. 그럼에도 왜 이라크를 먹었을까? “대량 살상 무기”는 어불성설이다.

같은 시기, 일본이 이란의 유전 30년 사용권을 갖고 개발사업에 본격 투자한다. 무려 30억불 달러.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러한 현재의 투자가 향후 일본의 에너지 수급 안정에 가져올 300억불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자신한다.

흥미로운 사건은 이란을 향한 일본 자본 투자에 대한 미국의 견제. 미국은 ‘이란 역시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한 나라’ 라며 일본의 투자 중지를 종용한 바 있다. 세계 자원 전쟁의 흐름을 간파한 일본. 그러한 헛소리에 굴하지 않았다.

말래카 해협. 말레이지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의 여러 섬들 사이에 있는 이 해협에 미국의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해협이 동북아 3 개국으로 중동의 석유가 들어오는 필수적인 항로라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까닭도 이러하고, 미국은 역시 미리 ‘선점’ 했다.

일본의 준비, 그리고 충격

가까이에서 바라본 일본의 21세기 에너지 환경에 대한 준비는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과학책에서나 보던 수소 연료 전지는 이미 실용화 되었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 아래 관련 인프라 구축도 가시화 되고 있다.

최근 양산되기 시작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1L 로 시내주행연비 35.5 km 를 달성했다. CO2 배출량도 세계 보건기구 기준치의 15% 수준. 일본은 신 에너지 개발을 통해 향후 에너지 전략과 지구 환경 협약 이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꺼번에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가시화된 것이 1990 년대 말이었는데, 10 년도 안된 지금 벌써 튼튼한 일본의 기초 과학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자원 개발 - 일본 vs. 한국

앞서 언급한 이란의 유전 뿐만 아니라, 일본 훗카이도 바로 위에 위치한 사할린 섬 유전에 가장 큰 투자자는 일본이다. 러시아의 자원을 싼 가격에 개발하여 그 수익권을 갖고 오는 전략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앞서 시베리아의 가스 유전을 파이프로 연결해 중국을 통해 서해바다를 지나 가져오는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사업’ 이 될 공산이 높다. 가스 파이프 매장 길이의 80% 가 중국 영토 상에 속해 있는데다, 중국과 러시아의 가스 공급 단가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야 우리나라의 공급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생산량(한국으로의 공급량)도 물론 중국의 소비량에 기초하여 책정된다. 이 또한 지켜질지 의문이다.

무서운 섬나라, 일본

일본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동안 수세적인 입장에서 해외 에너지를 가져오려던 자세를 완전히 벗어나, 오히려 그들의 앞선 에너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를 향해 에너지를 판매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초소형 니켈 이온 전지를 필두로, 세계 최초 양산 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실용화된 가정용 연료 전지의 가격을 전시회에서 확인한 결과, 일본 내수용과 한국으로의 수출 단가가 30%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비싸게 팔겠다” 는 것이다. 왜? 한국엔 없으니까. 근데.. 꼭 필요해질 테니까.

한국-칠레 FTA, 이라크 파병 과 같은 국가적 사안은 단순히 ‘미국이 싫어요’, ‘우리 농민이 죽어요’ 와 같은 내부적 문제로 바라 볼 수 있는 때가 아니다. 앞선 일본은 저 멀리로 달려나가고, 뒷선 중국은 세계 모든 나라가 인정하는 가속도로 뛰쳐 나오는데…

가운데 놓인 대~한민국은, 오늘도 농촌당(시골쥐)과 도시당(서울쥐)로 나뉘어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먹고, 부동산 투자와 로또로 돈벌기에만 바쁜 시대가 되어 버렸다. 유능한 과학 인재들은 외국행을 택하고, 돈 많이 벌어 부자되기 위해 의/치/약대로 향하는 고등학생들을 누가 탓할 것인가..

북한은 ‘오로지 핵무기, 이거 한 방이면..’ 이라는 맹신에 매달리고.. 이러다간 우리가 배운 근대사의 역사가 또다시 반복될지 모른다.

정신 차리고 기도하자.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