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3 월 20 일 목요일 밤 - 내일 추워진대요..

사실 난 이런 저런 이유에서 승용차를 모는 것을 싫어한다. 우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버스라면 10 명이 족히 타는 도로 공간을 한 명이 탄 승용차가 차지하고 있는 모습.. 너무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수 백만 대의 차들에서 나오는 매연은 이미 우리들의 호흡기를 마비시켰다. 더욱이 차들이 많을 수록 교통 사고의 위험은 더해지고, 서울과 같은 최악의 교통 환경 속에서 운전자의 성격은 급해지고 좁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특별히 별다른 수입도 없는 젊은 사람들이 그저 ‘겉 멋’을 위해 부모님 차를 자기 차인양 몰고 다닌다면..

그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에는 진짜 차를 몰고 싶었다.


내게도 자동차가 멋있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지라, 요즘도 길가에 서있는 세계의 명차를 바라보면 이래저래 기계 요소와 가치 기준적인 평가를 늘어놓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물론.. 남들 모르게 속으로..)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적어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자가용 구입, 유지 비용에 수 백분의 일에 불과한 “기사 딸린 큰 차” (택시) 를 탄다. 일종의 Win & Win 전략이다. 난 아직 쓸 돈 보다 모아야 할 돈이 많다.

그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에는 진짜 차를 몰고 싶었다.


아이러니 한 건 그 와중에도 우리집은 ‘이런 저런 이유로’ 차가 두 대 있다는 것. 둘 다 모두 5 년 이상된 소형차다. 어머니의 가게 운영 (장보기, 출퇴근) 에 필수적인 빨간 라노스 한 대와 아버지의 대학 강의와 아침 운동에 필수적인 흰 색 엑센트 한 대가 그것이다.

부모님 모두 자동차를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계신다. 가령 주일에는 어차피 한 가족이 한 대로 오면 된다 하시며 차를 가급적 한 대만 움직이신다. 교회 가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어머니와 한 주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은 이제 내게 새로운 기쁨이 되었다.

그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에는 진짜 차를 몰고 싶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
그것이 내 일생의 목표이고, 방향이기에..
허락되지 않은 여건이 나의 무능함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