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Lev. 예전 PC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기부상열차 단어를 상해 푸동공항에서는 늘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 노선을 건설한 상해시 정부의 자존심은 최근 열차의 이용료를 버스보다 저렴한 50위엔(약 6,000원)으로 낮춤으로써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상해시 푸동 도심 동남쪽에 위치한 롱양역. 열차에 오르니 초 단위까지 표시되는 디지털 시계에 눈길이 간다. 그 옆엔 분명히 0 km. ‘이게 정말 몇 km 까지 갈까..’ 싶었는데 출발 15초 만에 100km 를 돌파하더니, 1분 30초를 지나 KTX의 최고 속도를 깨고, 이어서 약 2분 뒤에는 413km(!) 의 속도를 보였다.
푸동 공항까지 단 7 분. 열차 안의 화장실이 무색할 정도고, 이리저리 창문 옆으로 자리를 옮기던 사람들은 아쉬운 말을 더해가며 열차에서 내린다. 우리나라 인천공항 전용 고속도로에 감동받고, 홍콩 쳅락콕 공항의 전용열차에 놀랐지만 다시 한 번 엄청난 경쟁속에 놓여있는 세상을 확인해야 했다.
기다릴 줄 아는 중국
자기부상열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일은 다름 아닌 중국정부의 통제력이었다. 현존하는 MegLev 의 기술은 아직 열차 선로의 회전과 굴곡에는 일정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상해 정부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바탕으로 열차가 가는 길에 놓인 모든 건물들을 이동시켜 일직선의 노선을 만들어 냈다. 도시 하나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토지보상문제로 씨끌씨끌한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참 비교되는 힘이다.
상해는 1800 년대 까지만 해도 그저 하나의 작은 포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 열강들에게 이 곳을 내어 준 뒤로 무서운 발전을 보이더니, 더해진 세월만큼 성장하여 결국 중국의 것이 되었다. 우리와 가까운 유명한 관광도시 칭다오(청도) 역시 외국 식민지로 개발됐고, 몇 년 전 중국 정부로 이관된 동양의 진주 홍콩 또한 영국 자본으로 건설된 도시다.
오랜 기다림이 전해다 준 커다란 선물에 대한 중국의 노하우는 지금도 살아있다. 토지 공개념으로 모든 사람들은 값을 치른 부동산에 대한 사용권을 50 년으로 제한받는다. 50 년이 지나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국가로 이전되고, 계속 사용하려면 별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상해에 외국자본으로 지어진 수많은 화려한 건물들이 불과 30~40년 뒤에는 모두 중국 것이 되는 개념이다.
하나의 중국
중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기업인들의 평가는 중국의 13억 인구도 대단한 시장이지만, 그 13억명이 정부 지시에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거대한 힘이 있다고 했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쉽이 집중되기 어려워 보이는 민족의 다양성을 하나로 뭉쳐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이전에도 언급했듯 이러한 전체주의는 결국 본래의 뜻을 왜곡하는 빈부 격차를 자본주의의 그것보다 더욱 크게 만들었다. 모든 인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대도시로 집중되는 현상 또한 그러하고, 급기야 후진타오 주석은 ‘공산주의의 회복’ 을 정치이념으로 개혁과 개방을 주창한 이전 장쩌민 주석의 정치노선과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상해를 떠나는 날 CCTV에서 발표된 상해시 정부 개편 ㅡ 상해는 특별시(자치구)로, 중앙정부의 통제없이 국방,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북경,천진,홍콩 등 총 4 개.ㅡ 발표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무엇이 부족할꼬
빠른 성장은 13억 인구의 경제적 지위가 결코 같이 높아질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거기에 요즘 나같은 사람도 중국 출장을 자주 가게 만드는 에너지, 환경문제 역시 당면한 과제로 불과 2 년전까지 상해시에 제한 송전이 이뤄질 정도였다.
이어서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물류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 간접자본 역시 대안이 필요하다. 국토가 크기도 하지만 인구와 경제력 만큼 돌아다녀야 할 사람과 물건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의식 문제. 이것이야 말로 공산주의의 가장 큰 폐해가 아닐까 하는데, 아직 국민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마인드의 기본 개념조차 정립하기 힘들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점원들이 손님들 위에 있다. 아침 식사 때면 테이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업무를 지시하는 외국 호텔 지배인의 한숨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상해 시내 은행에서 “인민들”과 함께 줄을 서서 환전하는데는 무려 30 분이 걸렸다.
-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