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9 월 23 일 (월) 늦은 밤 - 그런대로 좋은 날씨. 심한 일교차. 감기 조심!
중학교 때 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 하나가 학교 앞에 호프집을 낸다고 했다. 많고 많은 장사 중에 왜 하필 내가 많이 도울 수 없는 사업을 벌이는지.. 돕고 싶은 우정에 가기 싫은 마음이 얹혀져 복잡한 마음 한 구석을 갖게 됐지만, 사실 이 친구에게 배울 점 한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녀석(미안타.. 친구.. ^^) 은 원래부터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중학교 때 그의 스승의 날 선물은 “배추”, 혹은 “무” 를 유니랩으로 깔끔히 포장하여 빨간 리본을 묶은 것이었으니.. 그래도 대치동의 잘 나가는 중학교에서 이 정도의 스승의 날 선물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도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친구가 가게 Open 을 준비하며 나름대로 계획하고, 지식적으로 쌓아놓은 것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나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가 참으로 준비됐고 이제 알고 있는 것을 현재의 일상 속에 펼쳐 놓으면 일이 수월하리라 염려를 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가게를 알아보러 다닐 때부터 바로 시작됐다고 하니..
“정말 아는 것대로 되는게 없더라구.”
물론 힘든 일이다. 홍대 앞에서, 그 정도로 젊다 못해 어린 녀석이 자기 가게를 차리는게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힘든 일을 경험하지 않은 내게도 이런 지식과 경험의 상반된 부딪힘이 늘 일어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지식으로 배운 것은 경험으로 익힌 것에 못 미친다고 한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사회 집단이 “군대”인데,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먼저 들어온 자가 대접을 받는 이유가 있다. 때론 억울해도.. 이해할 수 없이 신기해도.. 같은 일을 하는 손놀림에 있어 숙련자의 그것은 머리로만 계산하는 신참 군인의 손길을 훨씬 앞서가기 마련이다.
사랑.. 은 어떨까..? 사실 나 또한 사랑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개념적 지식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적어도 내 사랑은 이런 모습이리라.. 적어도 내 여자친구를 이와 같이 대해주리라.. 하는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바램말이다. 하지만 정작 경험이 시작되자 부딪힘이 있었고, 이런 가능성은 늘 나의 이성 교제에 대한 부족한 경험을 드러나게 했다.
그렇다면 지식으로 배운 것의 장점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으로 익힌 것은 사실 우리 안에서 일종의 신념이나 당위성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잘 고쳐지지 않는다. 첫 직장, 첫 경험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만약 우리 주변에 많은 경험을 갖고 계신 “어른들” 을 바라보고, 그들 안에 숨겨진 “복지부동”의 성향을 발견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더하는 것은 이러한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전의 지식에 덧붙여 새롭게 발견된 가치들을 정돈하고, 계속 자기의 발걸음을 바꿔가며 더해가는 것은 지식의 자유함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관계에서의 시행착오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경험으로 익힌 내 모습이 내 안에 새로운 고정 관념으로 자리 잡지 않기를 소망한다. 가능하다면 내가 꿈꿔 왔던 사랑에 대한 지식의 연결고리가 경험적 가치와 함께 맺어져, 보다 나은 내일의 일상을 만들어가는데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벌써 많아져 버린 나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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