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내일이면 마지막으로 얼굴을 대할 대학부 후배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잠시나마 인터넷으로 영화 시간을 확인했다. 태풍, 킹콩, 해리포터 등 짧은 제목 하나로 뭔가 보여주겠다는 연말 특집 블럭버스터들. 결국 제한된 외출 시간에 맞춰 ‘순수하게 시간 땜에’ 태풍, 선택.
한반도를 찾아오는 태풍
지난 몇 년간 한국 영화사에 오래 기록될 작품 몇 개를 더해 낸 ‘부산 사나이’ 곽경택 감독. 지정학적 위치로 늘 중국과 일본, 열강들 사이에서 혼란 속에 있어 온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는 우리를 둘러 싼 바다와 태풍으로 묘사했다.
아직도 북한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탈북자에 대한 억압과 민중에 대한 인권문제. 거기에 최근 한반도에 드리워진 ‘핵’ 에 대한 그늘. 마지막으로 그 거대한 싸움 속에 놓여있는 순결한 청년들의 열정.
적어도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른들이 드리운 사회의 상처가 아이들에게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언젠가는 미래에 다시 돌아오게 될 사회의 아픔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열고 닫는 것
바지선의 커다란 철문 덮개를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Sean 의 모습과, 싸움이 끝난 뒤 다시 이를 덮기 위해 애쓰는 세종의 모습은 우리에게 주어진 분단의 아픔을 과연 외부의 도움을 통해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의 노력으로 해결해 볼 것인가 하는데 묘한 질문을 갖게 한다.
한반도를 찾아 오는 두 개의 태풍.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 온 두 나라 아닌 한민족이, 다시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어찌 보면 약간의 다툼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태풍 두 개가 합쳐지면 묘하게도 더욱 강한 태풍으로 성장한다는 영화 속 예보관의 대사 속에는 통일이 선택이 아닌 역사적 필요임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다.
말해야 할 것을 표현한 일
아울러 이 영화는 최근 불거진 북한의 인권문제와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해결 노력을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을 제시한다.
태풍호라는 남해 상의 배 한 척에서 소중한 젊음과 우정이 뜨겁게 타올랐던 시간. 비록 영화 “태풍”은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라는 ‘Behind Scenario 의 부재’ 와 ‘성급한 편집(특히 마지막 ‘수개월 후’ 라는 자막.. 꼭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장 큰 강점인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적절한 소재와 표현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전하고 싶다.
-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