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복절 연휴가 시작되던 토요일 아침. 평소처럼 늦잠을 자고 있던 터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용진아, 할머니께서 하늘나라 가셨어. 함께 기도하자.”
향년 95세
나에게는 그저 한 없이 너그러우신 모습으로 함께 해 주셨던 할머니. 어린 시절부터 한 집에서 생활했고, 그 시간이 어느덧 수십년이 흘러 손자인 난 이제 ‘아재’지만 어느새 할머니는 그 만큼 약해져 계셨다.
만 95세라는 할머니의 연세가 이 땅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듯, 할머니는 유창한 일어와 북한 말투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하신 적도 많았다. 학교에 가족 사항을 적어 낼 때에도 할머니의 학력란에 ‘보성전문학교’를 기재하면 선생님들께서 한 마디 씩 거들곤 하셨고.. (주로 내용은 ‘할머니도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셨는데, (너는…)’ ㅎㅎ)
육신의 연약함
할머니께서 연약해 지신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친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시는 아버지와 형제 분들은 물론 오랫동안 할머니를 한 집에서 모신 어머니께서도 넘치는 사랑으로 모든 가족이 많은 눈물로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주재 생활 후 귀임한 뒤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문안 인사 한 번 드리지 못한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던 지난 시간들. 이제는 할머니로 인해 다시금 온 가족이 하나님의 큰 은혜를 확인하고, 주님의 사랑으로 하나된 모습이 가장 큰 유산임을 확인하고 있다.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다만 이 세상의 삶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이리라 (고전 15:19)할머니, 하늘나라에서도 늘 그렇게 너그러운 모습으로 절 지켜봐 주시겠죠.? 사랑하는 할머니와, 앞서 가신 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가신 그 길을 잊지 않고 따를게요. 믿음의 큰 본을 보여주심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진심으로 사랑해요, 할머니. 많이 보고 싶어요..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